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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레터〉 정보, 줄거리, 총평

by mynews19989 2025. 10. 31.

영화 〈러브레터〉

 

〈러브레터〉 정보

 

제목: 러브레터 (Love letter)

감독: 이와이 슌지

개봉: 1999.11.20

장르: 멜로, 로맨스, 드라마

국가: 일본

등급: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1시간 57분)

출연진: 나카야마 미호, 토요카와 에츠시,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타카시 외

 

줄거리

 

와타나베 히로코의 주변 이야기로 시작하는 초반 설원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는데, 히로코가 설원에 누워 있다 기침을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히로코는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男)의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는데 대부분 주위 사람들은 웃으며 떠들지만, 이츠키(男)의 친구들은 같이 등산 가서 조난당했습니다 살아서 온 선배들이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히로코에게 전해줍니다. 히로코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통을 호소한 이츠키(男)의 어머니를 차로 집으로 데려다주게 되지만, 이츠키(男)의 어머니는 사실 꾀병이었다고 밝힙니다. 히로코는 이츠키(男)의 집에서 우연히 본 그의 중학교 졸업 앨범에 있는 옛 주소를 손목에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 주소를 통해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등의 글이 적힌 한 통의 편지를 보내는데, 이는 홋카이도 서부의 작은 도시 오타루의 시립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후지이 이츠키(女) 에게 도착합니다. 이츠키(女)는 심한 감기에 걸려 누워있는 것으로 처음 등장하는데, 감기가 심한 상태에도 이상하리만치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후, 현재의 히로코, 현재의 이츠키(女), 과거의 이츠키(女)의 시점을 오가며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이야기의 실마리는 히로코의 남자친구 이름과 오타루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여성의 이름이 한자까지 똑같은 후지이 이츠키(藤井樹)라는 것입니다. 히로코는 죽은 남자친구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츠키(男)는 졸업 직전에 전학을 가면서 졸업 앨범에는 누락되었는데, 이로 인해 사진은 실렸지만 주소록에는 기록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졸업 앨범에 실린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과 주소는 사실 이츠키(女)의 것이었고, 편지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착각으로 인해 시작된 편지였지만, 답장이 오자 히로코는 동요하기 시작하는데, 유리 공방에서 일하는, 이츠키(男)의 등산 동료 중 하나이자 히로코의 선배인 아키바에게 가서 그 편지를 보여주고 천국에서 온 메시지라고 믿게 됩니다. 미련 때문에 이츠키(男)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는 히로코의 마음을 보듬으며 새로운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아키바는 이를 안타깝게 여깁니다. 아키바는 히로코에게 자신이 이츠키(男)의 성묘를 갔을 때 히로코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빌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이후 아키바는 히로코와 키스를 하는데 히로코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아키바는 유리와 관련된 다른 이유가 있긴 하지만 히로코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오타루시로의 여행을 제안합니다.

히로코는 아키바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홋카이도의 오타루시로 찾아가고, 그 사이 이츠키(女)는 자신의 어머니, 고모부와 함께 이사할 맨션을 구경하러 차를 타는데, 알고 보니 이는 병원으로 이츠키(女)를 데려가기 위한 어머니의 속임수였습니다. 그렇게 병원에 이츠키(女)를 남겨두고 차는 맨션으로 떠나 버립니다. 이츠키(女)는 병원 의자에 앉아 잠이 드는데, 과거 아버지가 병원에 실려가는 악몽을 꾸게 됩니다. 이츠키(女)가 병원으로 가면서 히로코와는 만나지 못합니다. 히로코와 아키바는 대문 앞에서 기다리다 결국 포기하고, 히로코는 자신이 아는 이츠키(男)는 본인의 애인인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잘 지내는지 궁금해 편지를 보냈다는 쪽지를 적어 우체통에 넣고는 가 버립니다. 이때, 같은 택시를 엇갈려 타는데, 택시 기사로부터 방금 전에 태운 여자 승객과 무척 닮았단 소리를 듣게 됩니다.

돌아갈 준비를 하는 히로코는 오타루의 길가에서 자신과 매우 닮은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윽고 그녀의 정체가 또 다른 이츠키라고 직감한 히로코는 멀어지던 그 여자에게 나지막이 ’후지이 씨’라고 이름을 불러보는데, 역시나 그녀는 또 다른 후지이 이츠키(女)였습니다. 그러나 이츠키(女)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히로코의 근처로 갑작스레 많은 인파가 지나가면서 이츠키(女)는 히로코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이츠키(男)의 졸업 앨범을 다시 보면서, 자신과 매우 닮은 그 여자가 이츠키(女) 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또한, 내성적인 성격의 이츠키(男)가 의외로 자신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며 사귀자고 한 것은 중학교 시절의 첫사랑 이츠키(女)와 자신(히로코)이 매우 닮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한편, 잘못 도착한 편지로 인해 이츠키(女)는 중학교 시절 자신과 동명이인인 또 한 명의 이츠키(男)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이 사실을 히로코에게 알려줍니다. 이에 히로코는 남자친구의 중학교 시절 추억을 듣고 싶다며 이츠키(女)에게 다시 편지를 보내고, 이츠키(女)는 어쩌다 보니 펜팔 친구가 된 히로코에게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히로코에게 성별이 다른 동명이인에 대한 주변 친구들의 야유와 놀림으로 점철된 그때의 이야기와 낙서가 그려진 영어 시험지를 보냅니다. 중학생 시절 학생들이 이츠키(女)를 놀리자 이츠키(男)가 화가 나 놀린 학생 중 하나와 싸워 교실에서 이들의 싸움을 말리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후 두 이츠키는 원치 않게 학급 선거에서 도서부장으로 뽑혀 같이 일하는데, 이츠키(男)는 신간이란 신간은 다 빌려 도서 카드의 첫 번째 칸에 후지이 이츠키라고 이름을 적습니다. 영어 시험지는 둘이 동명이인이다 보니 바뀌는 실수가 일어나는데, 이에 이츠키(女)는 학생들이 사랑의 장소로 여기는 자전거 주차장에서 이츠키(男)를 기다립니다. 이때 이츠키(女)는 이츠키(男)를 짝사랑하는 옆반의 오이카와 사나에를 만나게 됩니다. 오이카와 사나에가 자전거 주차장을 나간 후 둘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졌을 때야 만나는데 자전거에 불빛이 나오려면 페달을 돌려야 해서 이츠키(女)는 열심히 페달을 돌리고 이렇게 자전거 불빛을 비춰 영어 점수를 대조해 시험지를 돌려받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하교하던 중 이츠키(男)는 이츠키(女)에게 종이봉투를 씌우는 장난을 칩니다. 육상부원인 이츠키(男)는 육상 대회에 나가기 직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다리에 깁스를 하고 옆에서 같이 뛰다 다른 학생과 부딪히는데 그것을 이츠키(女)가 빌린 카메라를 통해 지켜봅니다. 히로코는 이러한 내용이 적힌 이츠키(女)의 편지를 읽으면서 이츠키(男)가 이츠키(女)를 좋아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편 이츠키(女)는 히로코의 부탁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중학교를 찾았다 은사를 만나 학교도서관으로 갑니다. 이곳에서 이츠키(女)는 도서실에서 일할 당시 이츠키(男)가 흰 커튼이 있는 창가 근처에서 책을 읽던 것을 기억해 냅니다. 놀랍게도 후배들이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에 대해 아는데, 이츠키(女)는 온갖 도서 카드에 적힌 후지이 이츠키를 찾는 것이 도서실에 퍼진 이츠키 찾기 놀이라는 것을 듣게 됩니다. 이 놀이에서 1등을 한 학생은 후지이 이츠키 이름이 적힌 도서 카드 87장을 찾았습니다.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은 이름의 당사자를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이츠키(女)는 그것이 본인과는 관계가 없는, 다른 남학생(이츠키(男))의 짓임을 강변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배들은 로맨틱한 스토리라며 실컷 놀립니다. 거기서 이츠키(女)는 은사에게 이츠키(男)가 2년 전 눈사태로 조난당해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습니다. 이츠키(男)의 죽음을 알게 된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히로코의 부탁으로 사진을 찍느라 추운 겨울에 운동장을 뛰어다닌 것 때문인지, 이츠키(女)는 오랜 기간 앓던 감기가 그날 갑작스레 병세가 악화되어 약 41도의 심한 고열과 함께 쓰러지게 됩니다.

집은 한바탕 난리가 났고, 이츠키의 어머니는 급하게 2층으로 뛰어올라가 할아버지에게 119에 전화하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밖에는 대설이 무섭게 내리는 중이었고 이로 인해 집으로 응급차가 오기까지에는 1시간 넘게 걸린다는 답변을 듣자 이츠키의 할아버지는 구급차를 기다릴 수 없다며 이츠키의 어머니에게 이츠키(女)를 업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병원에 가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왜인지 이츠키의 어머니는 극도로 정색하며 할아버지를 말리고, 구급차를 부르시지 않으셨냐며 되묻지만 할아버지는 구급차가 1시간이나 걸린다며 창밖을 보라고 소리칩니다. 커튼을 열고 사정없이 내리는 대설을 본 이츠키의 어머니는 크게 놀란 듯싶더니 다시 119에 전화를 하며 구급대에게 1시간이면 정말 오는 게 맞냐고 물은 뒤 응급처치 방법을 듣고는 할아버지에게 이츠키를 소파에 눕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할아버지는 이츠키를 업고 나가려 하는데, 이를 말리는 이츠키 어머니와 한바탕 몸싸움을 벌입니다. 이츠키의 어머니는 자신의 남편도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병원에 업고 가다가 처치가 늦어 죽은 게 기억나지 않느냐며, 이츠키까지 죽일 생각이시냐고 울먹이며 소리칩니다. 이츠키의 어머니가 택시를 타거나 걸어가는 걸 극구 반대하면서 구급차를 기다리자고 한 이유는, 10년 전 같은 환경에서 결국 이츠키의 아버지를 떠나보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10년 전 그날은 1시간 넘게 걸린 게 아니었다면서, 실제로는 40분 내지 38분이 걸려 구급차보다 빠르게 병원에 도착했지만, 그럼에도 이미 상태가 너무 악화되어 뭘 했든 손쓸 수 없었을 거라고 10년 전 기억을 말하며 지금 출발한다면 구급차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이츠키의 어머니를 설득합니다. 결국 이츠키의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할아버지는 이츠키(女)를 들쳐업은 뒤 쏟아지는 대설을 뚫고 병원으로 질주합니다. 결국 구급차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해 이츠키(女)는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76세 고령의 나이에 손녀를 업고 눈길을 달린 할아버지는 결국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나란히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됩니다.

이즈음 히로코는 아키바의 제안에 따라 이츠키(男)가 죽은 산이 보이는 맞은편에 있는 산장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 산장은 후배 이츠키(男)를 잃은 카지오야지가 운영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히로코는 이츠키(男)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모두 털어내고, 과거에 머무르는 자신을 바꿀 마음을 애써 갖고자 하는데, 그 계기가 되는 게 바로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입니다. 히로코는 이츠키(男)의 지인이 모두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에 묘한 의구심을 품었는데, 이 노래는 이츠키(男)의 유언으로, 절벽에서 떨어진 이츠키가 죽어가면서 부른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습니다.

히로코는 다음날 아침 산장 밖의 설원에서 이츠키(男)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병상의 이츠키(女) 역시 의식이 희미한 가운데 이 말을 되뇝니다. 이 장면은 히로코의 간절한 외침과 이츠키(女)의 말이 오버랩되면서 히로코의 이츠키(男)에 대한 사랑과 추억(외치는 대사로 상징되는)이 놓아지고, 교차되며 같은 말을 하는 이츠키(女)에게 히로코의 사랑과 추억이 옮겨간다는 걸 나타낸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츠키(女)는 히로코에게, 어느 겨울 아침 이츠키(男)가 덜렁 책 한 권을 반납해 달라며 떠나버린 일을 편지로 보냅니다. 편지를 받은 히로코는 마음을 정리하고자 그동안 이츠키(女)에게 받은 이츠키(男)와 관련된 모든 물건을 되돌려주며 이츠키(男)는 당신(이츠키(女))을 좋아했을 거라고 마지막 편지를 보내지만, 이츠키(女)는 그저 자신에게 짓궂은 장난만 치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였던 이츠키(男)가 그랬을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학교 후배들이 도서실에서 찾은 한 장의 도서 대여 카드를 들고 집으로 와서 전해주는데, 그 카드 뒤에 정성스럽게 그려진 자신의 초상화를 보자 그동안의 모든 기억이 끼워 맞춰지며 이츠키(男)의 감정을 느낍니다. 이츠키(男)가 뜬금없이 아침에 집으로 찾아와 대신 반납해 달라고 했던, 그 책에 끼워진 도서 대여 카드에 담긴 감정은 10년 넘게 잠들어 있다 이츠키(女)에게 전달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이 미묘한데 이츠키(男)는 전학 준비로 인해 학교를 출석하지 않았고, 이츠키(女)는 아버지의 사망 및 어머니가 쓰러진 탓에 집안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둘은 같은 학급이었으니 일반 학기 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서로의 사정을 알았을 테지만, 마침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이런 일이 각자에게 벌어졌고, 가뜩이나 서로 본심과는 달리 애써 거리를 둔 마당에 어수선한 시기까지 겹치며 그렇게 둘의 소식은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전혀 모르고 있던 이츠키(男)는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라도 전하기 위해 대출 카드 뒷면에 그녀의 스케치를 담아 이츠키(女)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끝내 이츠키(男)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책만 전해주며 집까지 찾아온 연유도 설명하지 못한 채 아쉬운 듯이 떠납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츠키(女)는 이렇게라도 집까지 찾아온 그에게 그동안 애써 숨겨온 감정을 조금씩 표현하듯 그 책을 품에 꼭 끌어안고, 그에게 배시시 웃어주며 배웅합니다. 그러나 일주일 후, 학교에 등교한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말도 없이 전학 갔음을 알게 되자, 반납을 부탁한 책에 있을 비밀을 알 리 없는 그녀는 배신감과 서운함에 전학을 가 빈자리가 된 그의 책상 위에 있던 꽃병을 깨뜨리고 교실을 나가버립니다.

어느 날, 모교를 방문했을 때 만난 중학교 후배들이 책 한 권을 들고 갑자기 찾아오는데, 그 책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그가 마지막으로 찾아와 반납을 부탁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이었습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는 그녀에게 후배들이 책 뒷면을 보라고 말하자, 그녀는 도서 카드 뒷면에 그려진 중학교 시절 자신의 초상화를 보게 됩니다. 이 상황에 마음이 아련해지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당황해하는 이츠키(女)는 후배들의 호기심 어린 눈초리에 도서 카드를 숨길 주머니를 찾지만 하필 주머니가 없는 옷이라 눈물 어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영화는 끝납니다.

 

총평

 

영화 〈러브레터〉는 한국에 개봉한 역대 일본 영화 중 가장 높은 인기와 인지도를 가진 영화 중 하나로,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시의 설원을 필두로 한 빼어난 영상미와 로맨스 장르에선 보기 드문 복잡한 플롯과 높은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 내에서는 한 번도 이츠키(女)가 명확히 사랑을 느끼는 장면이 제시되지 않아 이츠키(男)와 관객들의 복장을 터지게 만듭니다. 그걸 이츠키(男)는 화를 내거나 괴롭히며 풀어버립니다. 그러나 정황상 이츠키(女) 또한 이츠키(男)를 좋아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유명한 커튼 뒤의 이츠키(男)가 사라지는 장면이나 오이카와 사나에를 소개시켜 준다며 퉁퉁거리거나 쓸데없이 성질을 부리는 장면, 카메라 앵글로 이츠키(男)만 바라보다 모른 체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학 간 이츠키(男)의 책상에 장난처럼 올려진 국화병을 박살 내는 장면을 보면 감정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둘의 마지막 만남인 이츠키(男)가 이츠키(女)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책을 전해주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인데, 그렇게 싫어한다고 퉁명스리 대했던 남자애한테 와서 반갑다는 식으로 환히 웃고 배웅하러 일부러 나와 그 책을 끌어안은 채 수줍은 소녀의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단지 어려서 감정을 잘 모르는 것뿐이었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보면, 이런 이츠키(女)의 감정 표현뿐만 아니라 이와이 슌지가 얼마나 세심하게 사춘기의 연애담을 그려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지 연애물이라고 주인공을 아름답게만 그린 것이 아니라 때론 유치하고, 어벙하고, 황당한 모습 속에 감춰진 감정선들을 그려내는 그의 연출은 그야말로 진국입니다.

또한, 간간히 등장하는 사나에 관련 기담이나 자전거 주차장의 고백 장면에서 분노의 법규 시전 장면들을 보면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에피소드나 추억들을 세심히 풀어낸 이와이의 내공을 엿볼 수 있습니다.